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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5조원이나 써서 모기를 잡으려한 이유

홍경PD 2019. 11. 1. 12:06

모기한테 물려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그렇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한두 번 물려본 게 아닐 것 같다. 나 역시 어렸을 적부터 모기에 참 많이 물렸다. 그래서 모기가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정말 정말 짜증이 난다. 그런데 누군가 당신에게 "1억 원만 주면 모기에게 절대 물리지 않게 해주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사람에게 돈을 줄 생각이 있는가? 음... 아마 나는 절대 안 줄 것 같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는 모기가 얼마나 싫었는지 '모기와의 전쟁'이라는 캠페인을 위해 무려 5조 원(46억 달러)을 기부했다. 모기를 잡겠다고 쓴 돈이 무려 5조 원이다. (5조 원을 모으려면 1년에 1억 원씩 모아도 5만 년을 걸린다) 기부금의 규모만 봐도 '역시 세계 최고 부자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빌 게이츠는 모기에게 전쟁을 선포했을까?

 

 

   정답은 충격적이었다. 모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살면서 모기에 물렸다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모기(1위)는 연평균 83만 명의 사람을 죽이는 최악의 동물이다. 상어는 영화나 소설에서 매우 위협적인 동물로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100년 동안 상어 때문에 죽은 사람 수는 하루 동안 모기 때문에 죽은 사람 수보다 적다. 사실 모기는 실질적으로 인류 최대의 숙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빌 게이츠와 모기의 전쟁은 세계 최고의 부자와 세계 최고의 킬러의 대결이라는 흥미로는 구도이다.

 

<모기>,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 살인자, p. 4

모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그 이유를 <모기>라는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모기>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박사를 받고 현재 콜로라도 메사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티모시 C. 와인가드 교수가 쓴 책이다. 와인가드 교수는 캐나다군과 영국군에서 장교로 복무했기 때문에 군사역사학에 조예가 아주 깊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인류에 끼쳐온 모기의 엄청난 영향력에 대해 상당히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책 <모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고대부터 현대까지 지속되어 온 인간과 모기의 치열한 전쟁의 역사'이다. 와인가드 교수는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인류와 모기의 역사에 대해 참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 자체도 700여 쪽이어서 분량도 제법 방대하다. 쉽게 접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모기에 대해 700쪽이나 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일단 놀랐다.

 

<모기>의 저자 티모시 C. 와인가드 교수

   이 책을 분류하자면 <총, 균, 쇠>, <사피엔스>와 같은 빅 히스토리 책이다. 모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현대의 유전공학까지 역사 큰 흐름에 따라 한줄기로 꿰어 설명한다. 모기라는 키워드 하나로 역사를 관통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상당히 신선하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사드로스 대왕의 정복 전쟁, 십자군 전쟁 등 굵직굵직한 세계사 속 전쟁의 결과에 모기가 깊숙이 개입해 있었지 방대한 사료를 기반으로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그 내용들을 보고 있으면 <배트맨 비긴즈>의 그림자 동맹(League of Shadow)나 <다빈치 코드>의 일루미나티처럼 모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인류의 역사에 개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떠올랐다. 아무튼 이 책을 보며 그 유명한 알렉산더 대왕도 칭기즈 칸도 모기 앞에선 그저 '나약한' 존재였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알렉산더 대왕이 모기에 물려 죽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모기>, p. 118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모기 박멸을 위한 근현대의 시도들이 등장한다. 기적의 약이라 칭송을 받았던 살충제 DDT의 발명으로 이간 모기를 말살하려 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DDT 내성 모기들이 등장했다. 오히려 인간에게도 피해를 끼치며 모기는 인류에 반격했다. 그러다 2000년 게이츠 부부는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재단을 설립하였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었고, 최근 유전자가위 기술을 비롯한 유전자 조작을 통한 모기 퇴치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유전자 조작을 통한 모기 박멸이 축복이 될지 더 큰 파멸을 불러올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도 깊이 공감했다. 과거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었고, 현대 이야기는 우리가 앞으로 깊은 토론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었다.

 

<모기>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인 살인자, 티모시 C. 와인가드 (2019)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모기는 그저 물리면 성가신 귀찮은 존재 정도였다. 말라이나나 황열,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 모기 관련된 질병에 대해 수도 없이 들어 봤지만 생각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다.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모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여태껏 당해왔던 그리고 당면한 모기 문제에 대해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말라리아와 같은 모기 관련 질병은 상대적으로 경제 빈국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소외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빌 게이츠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빌 게이츠는 왜 모기를 잡기 위해 5조씩이나 기부했을까? 결국 내 생각엔 빌 게이츠는 큰돈을 써서라도 사람들이 인류 최대의 숙적 모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빌 게이츠는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쓴 연례 보고서에서 "오늘날 인공지능(AI)이 뜨거운 논의의 주제인데, 유전자 편집은 적어도 AI보다는 더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마땅하다"라 말했다. IT 업계를 대표하는 빌 게이츠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우리는 모기와 모기 매개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모기>를 읽고 빌 게이츠가 바란 것처럼 사람들이 모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모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모기>, 인류 역사를 결정지은 치명적 살인자, p. 646

 

[1] Mosquito Wars, Bill Gates, Gates Notes (2017)

https://www.gatesnotes.com/Health/Mosquito-Wars

[2] This animal kills more people in a day than sharks do in a century, Bill Gates, Gates Notes (2018)

https://www.gatesnotes.com/Health/Mosquito-Week-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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