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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라는 안경 쓰고 세상 바라보는 법

홍경PD 2019. 12. 31. 20:40

우리는 살면서 '과학적이다', '과학적이지 않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하지만, 막상 과학을 어려워하거나 과학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과학을 공부한 입장에서는 슬프게도 과학과 우리 삶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은 사람들의 그런 선입견을 깨줄 수 있는 책이다.

표지가 굉장히 독특한데 이상한 털보 아저씨가 뜀틀 넘고 있다. 그러면서 본인도 과학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 책은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이 쓰신 책인데 보아하니 이 털보 아저씨는 이정모 관장인 것 같다.

과학관 관장님이 과학이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것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도대체 왜 뜀틀을 넘고 있을까?

어쩌면 과학이 어렵다는 사람들의 편견을 뛰어넘어 보겠다는 상징적 표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려면 '활성화'에너지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뜀틀은 이 활성화 에너지(activation energy)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이 어렵다는 사람들 편견을 넘기 위한 활성화 에너지를 낮춰주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참 유쾌한 책이다.

이 책은 '과학'을 이야기하지만 세상을 말한다. 유머와 해학으로 가득 차있다.

과학의 탈을 쓴 정치 책 같기도 하다.

과학과 정치는 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과학을 하는 사람의 태도로 세상을 바라본다.

과학은 무엇일까?
과학은 자연 현상을 체계적으로 관찰하여 보편적 진리나 법칙의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과학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발전한다는 말에는 기존의 보편적 진리나 법칙이 무너진다는 것도 포함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는 과정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은 무너진다. 마치 재개발/재건축처럼...  

과학이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기저에는 '비판'과 '합리적 의심'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높은 권위의 사람이 말해도 끊임없이 의심한다. 과학자들은 필요하다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코페르니쿠스는 당시 진리로 받아드려지던 천동설(가)을 무너뜨리는 지동설(나)을 주장하며 죽을 뻔도 했다...ㅎㄷㄷ 

저자는 실명을 거론하며 정치인을 돌려돌려 비판한다. 과학 이야기를 좀 안주거리처럼 이야기하다가 정치인을 비판한다. 이런 내용의 반복이다. 혹자는 과학 책의 탈을 쓴 정치 책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과학적인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저자와 성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과학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통찰한다. 이 사람의 주장이 옳냐 그르냐는 나에게는 두 번째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어떻게 세상을 볼 수 있는지 이정모 관장님의 참신한 시도 자체가 반갑다.

만약 누군가 과학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다면,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